2019년 토니어워드 베스트 뮤지컬 상 수상작 '하데스 타운'
<나타샤,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혜성>로 브로드웨이 공연판을 한번 흔든 전적이 있는 레이첼 차브킨이 다시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하데스 타운은 대형 무대가 아니라는 약점을 깨고 오로지 "스토리" 그리고 "연기력"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없이 노래로 진행되는 "송 스루" 뮤지컬로 승부하면서 2019년 가장 문제적인 뮤지컬로 부상해 그 해 토니상 8개 부분을 휩쓸었다.
하데스 타운은 사랑을 꿈꾸는 가난한 음악가 오르페우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가장 인간적인 에우리디케,
그리고 물질과 부의 상징이자 이것을 위해 사악해 지는 하데스,
그리고 봄의 여신으로 하데스의 아내지만 지상의 봄과 여름을 주기위해 반년은 하데스 타운을 떠나 있는 페르세포네,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나레이터인 헤르메스, 이렇게 5명의 신화적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차용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풀어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는게 힘지만 생활력 강하게 살아온 에우리디케는 그녀를 첫눈에 보고 반한 가난한 음악가 오르페우스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위해 살아가지만 현실을 등지고 작곡만 하는 (음악에만 몰두하는) 오르페우스를 견디지 못하고 물질의 왕인 하데스의 설득에 못이겨 지하세계로 떠나는 에피소드가 1막, 현실 물정에 어둡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 춥고 긴 겨울도 봄으로 바꾸게 할줄 알았던 오르페우스는 뒤늦게 에우리디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2막 주축을 이룬다.
막상 오르페우스의 사랑에 감동한 지하 터널의 벽들도 문을 열어주는 도움으로 에우리디케를 찾지만, 하데스는 그들의 탈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노래 때문에 사랑하는 페르세포네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잠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이내 탈출은 하되, 오르페우스가 뒤에 쫒아오는 에우리디케를 나갈때까지 절대 쳐다 보면 안된다는 조건을 걸고 이 젊은 남녀를 시험에 이르게 한다.
신화 결말 처럼 남자는 여러 유혹에 못 이겨 여자를 되돌아 보고, 미션은 실패.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 하데스 타운으로 갇히고 만다.
메인 주인공 5명의 막강한 화력
하데스 타운은 신화속 이야기를 현실에 차용한 플롯도 훌륭하지만 5명의 주인공들의 소화력은 정말 대단하다.
리바이벌로 돌아온 미스사이공 여주인공였던 에바 노블레자는 토니어워드 여우주연상을 탔었던 실력파로 차가운 현실을 직시 하면서도 순박한 오르페우스의 사랑을 한편으로는 또 지는척 믿어보는 에우리디케를 열연한다.
하데스 타운 라이브에서 그녀를 실제로 볼 수 있는것은 뮤덕이라면 브로드웨이에서 누릴수 있는 가장 호사가 아닐까 싶다.
봄의 여신을 연기하는 엠버 그레이 역시 말할것도 없는 연기파. <나타샤, 피에르...> 에서 이미 연출가 레이첼의 뮤즈였던 그녀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노래 실력은 브로드웨이 원톱으로 뛸만한 여배우 층이 얼마나 넓은지 증명해준다.
TV드라마 스타이기도 한 페트릭 페이지는 하데스 왕역을 맡아 공기도 없애 버릴 저 음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 잡으며
배우 경력 50년 만에 75세 나이로 토니상 조연상을 탄 (이 작품으로) 노배우 안드레 드 쉴은 이 사람 아니면 누가 에르메스 역을 할수 있을지 의심하게 하는 연기로 나래이터지만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사한다.
또 브로드웨이 초연시 가장 비평가들의 공격을 받았던 오르페우스 역이 바뀌었는데, 새로 합류한 조르단 돕슨은 순진한 음악가이자 남의 말과 유혹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극으로 보여주는 안정적인 연기와 베이스 기타 실력을 보여준다.
그외 운명의 여신 3명과 앙상블 5명 실력도 주연급.
겨우 15명 내외 배우로 이런 아우라는 낸다는게 놀라울 따름인데, 뮤지컬에 있어 라이브 무대에서 배우가 관객에게 주는 진정성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증명하듯 막강한 전차 캐스트를 보유한 하데스 타운은 이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티켓을 구해야만 할 가치가 있는 뮤지컬이다.
고대 그리스 대신 미국 공황기를 연상하게 하는 배경과 재즈 음악, 그리고 인간 군상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5명의 캐스트의 이변이 없는한 당분간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