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 번쯤은 읽었을 ‘오즈의 마법사’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만약 착한 마녀가 알고 보면 심한 ‘공주병’ 환자였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도로시가 없애버린 초록색의 사악한 마녀가 사실은 나쁜 짓을 저지른 오즈의 마법사에 맞서 싸우다가 억울하게 나쁜 마녀로 몰린 정의로운 마녀였다면?
뮤지컬 ‘위키드(Wicked)’는 동화의 역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야기 시점으로는 ‘오즈의 마법사’의 전편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이 원작. 14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답게 2층 객석 높이로 매달린 거대한 용이 연기를 내뿜는 등 볼거리도 많고,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빗자루를 탄 앨파바가 ‘중력을 이기며’를 부르며 공중으로 높이높이 치솟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뮤지컬은 사악한 마녀로 알려진 앨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또 글린다를 짝사랑한 순정파 남자가 어떻게 심장 없는 양철나무꾼이 되었는지를 비롯해 허수아비와 사자의 사연들이 펼쳐질 때마다 그 기발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치게 된다. 마지막엔 관객의 허를 찌르는 앨파바의 ‘출생의 비밀’도 숨겨져 있다.
고전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곧이 곧대로 뮤지컬로 만들었다면 어른들이 하품하게 하는 작품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선악의 고정관념을 뒤집고, 풍부한 상상력을 보탠 위키드는 아이는 물론 어른이 더 열광하는 대박 문화상품으로 성공했다.
2003년 브로드웨이 데뷔이후 제작비를 1년만에 뽑아낸 대단한 뮤지컬은 런던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관객들이 압도당하는건 돈을 많이 투자한 만큼의 무대 규모! 규모! 규모!와 두 마녀의 끝내주는 연기력이다.
누구를 더 잘했다고 해야 할지 절대 가릴수 없는 치열하고 아름다운 무대가 펼쳐지기때문이다.